전통예절 및 상식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청하인 2023. 3. 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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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우리가 조상님께 차례나 제사를 지낼 때 보통은 정종을 많이 쓰는데요.

그렇다면 모든 음주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소주는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면 안될까요.

소주를 올리지 말라면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보고요.

차례나 제사상에 쓰는 전통주의 의의와 유래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합니다

추석이나 설날을 맞아 차례주(茶禮酒)는 뭘 쓸까?

또는 이번 기제사에는 술을 무순술을 쓸까이런 고민을 한번쯤 하는 사람은

그래도 우리의 전통예절을 알고 조상을 모시는 멋을 아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는

일본 청주인 정종이 많이 오르게 됐죠.

망자(亡者)가 생전에 즐겼던 술을 쓰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망자가 생전에 바나나를 좋아했다는 이유로 제사상에 바나나를 올리듯이,

최근에는 소주가 제주로 쓰인다는 말은 들어보았는데

실제로 소주를 사용하는 집안은 별로 없다고 하더라구요.

정종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일본 청주의 상품명인

마사무네(正宗)의 한국식 한자 발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일본식 정종 대신 우리 전통주를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전통주 생산이 늘고 있어 차례나 제사에

지역별로 마실 수 있는 전통주를 가족, 친척들끼리 나눠 마시자는 취지랍니다.

음식과 술은 같은 밥상 위에서 발전해 온 것이니 이왕이면 고향이나

인접 지역에서 생산된 술을 찾아 차례주로 쓴다면 조상님도 좋아하실것이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등 금상첨화인 셈이죠.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하지만 4대 봉사하거나 윗대 조상들을 함께 모시는 시제에서는

대개가 약주류의 전통주를 제주로 쓴답니다

제주에는 금기가 많이 따르는데, 소주는 쓰지 않는다는 얘기들을 하잖아요.

 

소주로 유명한 안동 지방을 찾아가서, 소주를 제주로 쓰느냐고

여러 차례 물어보았지만 아직까지 소주를 제주로 쓴다는 집안을 만나진 못했습니다.

왜냐고 물으면, 독한 소주를 제사상에 올리면 독한 후손,

쉽게 말해 독종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소주가 독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제사라는 규범이 생기고 보급될 무렵에

소주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소주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겠죠

‘세종실록 오례의’에는 제사에 쓰는 8가지 술 오제삼주(五齊三酒)에 대해서

언급되어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가 탁주와 청주라고 합니다

그럼 오제삼주(五齊三酒)에 대해서도 잠깐 알아볼까요

오제(五齊)는 종묘와 사직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제주(祭酒)로

범제(泛齊), 예제(醴齊), 앙제(盎齊), 제제(緹齊), 침제(沈齊)의 5가지 술로 나뉘는데요

범제는 아직 지게미가 떠있는 덜 익은 상태이고 예제, 앙제, 체제로

갈수록 술이 익어가서 침제는 지게미가 다 가라앉은 상태의 술을 이릅니다

크게 나누어 보면 범제와 예제는 탁한 술이고,

앙제와 체제와 침제는 맑은 술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삼주는 사주(事酒), 석주(昔酒), 청주(淸酒)로 나뉘는데요,

제사 일에 참여한 이들이 마시는 술이라 하여 사주라 하고,

겨울에 빚어 봄에 익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여 석주라 하고,

겨울에 빚어 여름에 만들어진 최고급 술을 청주라 했습니다.

이 ‘세종실록 오례의’의 오제삼주 얘기는 중국의 ‘문헌통고’를 참조한 내용이지만,

‘문헌통고’는 또 ‘주례’를 참고하여 내용을 구성했다네요

 

‘주례’는 주나라 때에 작성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대체로 한나라(BC 206~AD 220년)

때에는 완성된 형태로 존재한 것으로 보이죠

제주의 계보가 작성되고 나서 1000년이 흐른 뒤에야

원나라 몽골족에 의해서 증류주인 소주가 중국이나 한반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니,

소주가 제사상에 오를 겨를이 없었던 것이랍니다.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요즘은 이렇게 종류를 달리하여 술을 올리는 제사를 찾아보기 어렵죠.

오례의에 가장 가깝게 지내는 제사로 서울 성균관의 석전대제를 꼽을 수 있는데요

석전대제에서는 식혜와 덜 익은 술과 잘 익은 술을 함께 올리니,

오제의 전통을 거칠게나마 잇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까다롭게 제주 이야기를 했지만, 제사상에 오르는 음식처럼 술 또한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하는 것은 예(禮)가 아니라고 합니다

맑은 찬물을 뜻하는 현주(玄酒)를 올릴 수 있고, 감주(甘酒)만 올릴 수도 있다네요.

금주령이 심했던 영조 시대에 살았던 성호 이익(1681~1763)은 유언으로

“내가 죽거든 제사에 예(醴, 단술)만 쓰고 술은 쓰지 마라”고 했구요.

금주령을 어기면 사형에 처했던 그 시절에, 혹시라도 자식 손자들이

효도한다고 술을 빚어 제사상에 올렸다가 죽임을 당할까봐 걱정하여

남긴 유언으로 보인답니다.

사실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상품화된 술을 올리는 행위는

인스턴트 밥을 사서 제사 지내는 거나 다를 바 없겠죠.

제사 지내면서 옆집에서 밥 빌려오지 않듯이, 옛날에는 술 또한 빌려오지 않았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는데 어떡하겠습니까?

그래도 전통을 지켜온 술들이라도 헤아려 제주로 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효도이고 정성이지 않겠는가요.

 

지역별로 제주로 삼을 만한 전통 약주가 있는데요.

전라도의 해남 진양주, 충청도의 한산 소곡주, 아산 외암리 연엽주,

금산 인삼주, 청양 구기주, 경상도의 경주교동법주, 문경 호산춘 등이죠.

이 술들은 밀주 단속이 심했던 금주령 시대에도 끈질기게 생명력을 보존,

지금에 이르러서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이 술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바로 모두가 제주였다는 점이죠, 장인들은 제사를 받들기 위해 목숨처럼

소중하게 이 술을 지켜온 것이라 할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술은 천상과 지상의 영혼을 연결해주는 음식으로 믿어져 왔잖아요.

그래서 제사에 꼭 필요한 음식으로 술이 꼽히는 것입니다.

제사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하늘로 향하는 향 연기와 술밖에 없는 걸 보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 겠죠. 그런데 술을 천상에 올린다지만,

이 술이 곧 복이 되어 지상에 내리니 제주가 곧 복술이라는 것입니다.

 

올 추석이나 기제사에는 무슨 술을 올려 음복할까? 아직 생각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해보세요. 제주를 올리면 복술이 생기고,

제주가 없으면 복술도 없다고도 합니다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제사나 차례상의 소주에 대한 또 다른 의견도 한번 볼까요

일반 가정의 제사 절차와 제사 음식은 예서(禮書)를 기준으로

실행하므로 대체로 비슷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가례(家家禮)’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각 집마다 형식도

조금씩 차이가 나고, 지역의 물산(物産)이 반영되어

제사음식의 종류도 특색을 보이게 됩니다.

그리하여 제사 때 어떤 음식이나 술을 반드시 올리기도 하고,

절대로 올려서는 안 된다는 지침은 집집마다 다르게 마련입니다.

특히 제사에 쓰는 술 가운데 소주를 둘러싸고는 조선시대부터 의견이 분분했는데요.

소주를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각자 주장을 펼쳤는데,

쓰면 안 된다는 의견이 주류였으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송준길(宋浚吉:1606-1672)의 『동춘당집(同春堂集)』에는

송준길이 자신이 배웠던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1548-1631)에게

당시 조선 풍속에 제사 때 소주를 쓰지 않는 이유와

그것이 전거(典據)가 있는 것인지 묻는 내용이 나오죠

이에 대해 김장생은 소주는 원나라 때 생긴 것이라 경전(經典)에는 보이지 않지만,

태조(太祖) 와 태조 비(妃)인 신의왕후(神懿王后1337-1391)의 위패를 모신

문소전(文昭殿)에서도 초하루 제사에 여름철이면 소주를 쓰고 있고,

율곡 이이(李珥: 1536-1584) 또한 상중(喪中)의 조석제(朝夕祭)를 지낼 때

여름철에는 청주(淸酒)의 맛이 변하니 소주를 쓰는 것이 좋다고 하였답니다.

 

결국 소주를 두고 논란이 일어난 이유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가례를 행할 때

기준이 되던 『주자가례(朱子家禮)』가 송나라(960-1279) 때의 문헌이라

후대인 원나라(1271-1368)의 술인 소주가 실려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제사나 차례상에는 소주를 올리면 안될까요?

오늘은 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소주는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올리면 안되는지 그 이유와

전통주의 의의와 유래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요.

다음시간에는 이러한 전통주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과 제조방법

특징등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타인지제 왈리왈시라고 하여 남의 제사에 감놓아라 배놓아라 간섭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우리의 좋은 전통은 계승발전하는것도 나쁘지 않겠죠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구요. 구독도 꼭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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