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야담), 성(性)

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sandda 2025. 4.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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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오늘은 할매대폿집으로 장사가 아주 잘되자, 바로 옆에 아지매대폿집을 열어,

부정한 방법으로 팔아, 할매집을 무너뜨린후,

아지매대폿집이 쫄땅망한 사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지금도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그당시도 예외는 아니었죠.

가을이 되면 어느집이나 가을에 수확한 곡식으로 집안에 나락창고를 만들어두거나

곳간에 쌀가마니가 수복해야 하는게 통상적인 가을의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첨지는 그것이 안되어 뿔이 났는데요. 추수가 끝나고

동짓달이 되면 재산이 쑥쑥 불어나야 하는데 근년에는

그놈의 망할 할매 때문에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보릿고개에 놓았던 장리쌀을 거두러 다니면, 열에 아홉은 갚을 길이 없어

전답을 헐값에 넘기기 마련인데요,

요새는 할매가 대신 갚아줘, 전답 문서가 넘어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아예 보릿고개 때부터, 할매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사람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윤첨지는 이리저리 손해가 막심하죠

윤 첨지의 이런 재산 축재에 걸림돌이 되는 할매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열 살남짓 먹은 손자 하나 빼면 핏줄이라고는 다 끊어졌지만

합강 포구에서 대폿집을 키워 부자가 된 여장부입니다.

 

합강은 여러분도 다 아시다시피, 두 강이 만나는 곳이죠.

동북강에서 내려온 적송 뗏목이 나루 옆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약초며 산채며, 피륙도 바리바리 황포돛배에 실려와 부려졌습니다

 

남강에서는 온갖 곡물이며 유기며, 옷감을 배에 가득 싣고 왔는데요.

그러니 합강 나루터는 장날이 따로 없구요. 언제나 상인들과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나루터에서 올라오면 저잣거리에 온갖 가게가 이어지는데요.

국밥집, 너비아니구이집, 매운탕집, 국숫집등등 즐비해 있어도,

할매대폿집만큼 손님이 많은 집은 없습니다.

 

할매 대폿집 막걸리는 술도 달달하고, 먹어도 취하지도 않고,

안주 또한 철에 따라 나오는 신선한 야채로,

상인들이 더 없이 좋아하는 메뉴와 맛 자체였습니다.

그기에 또 배고픈 사람을 위해서 봄이면 막국수,

하지가 되면 은어 삶은 물에다 면발을 얹은 건진국수,

삼복 때는 콩국수, 백로가 지나면 비빔국수,

상강이 되면 메밀국수를 주는등 서비스도 만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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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반찬하나 국수 하나도 온갖 정성을 깃들이고 친절하며

마음도 좋아 요즘 말로 처음오는 손님은 있어도,

한번만 오는 손님은 없을정도로 단골도 많고 늘 사람들이 붐비었습니다

또, 할매는 후덕해서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도 이자를 안 받고,

보릿고개에 땟거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곡식을 보내주기도 하더라구요.

 

그렇게 하니, 윤 첨지에게는 할매가 눈엣가시 정도가 아니라 원수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윤 첨지가 집사를 불러다 대책을 궁리했죠.

 

 “왈패들을 시켜, 할매대폿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릴까요?”

 “그보다 하루에 몇명씩이나 오는가?”

 “소인이 며칠 지켜봤더니 적을 때가 삼백명, 많을 땐 오백명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후 할매 대폿집 맞은편, 항상 파리만 날리던 매운탕집이 문을 닫고

목수들의 망치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지매 대폿집’이 문을 열었답니다.

참 재밌는 현상이 벌어지죠. 할매대폿집 앞에 아지매대폿집이 오픈된 셈이죠

남자들은 할매대폿집을 갈까요? 아지매 대폿집을 갈까요?

말하나마나 아지매대폿집이겠죠

 

그기에다가, 아지매 대폿집 한되 술값이, 할매 대폿집 한되의 반값인 5전이었데요.

그러자 할매대폿집의 할매는 혀를 차며 “

어디까지 가나 한번 두고보자? 했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었죠.

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그런데, 그 아지매 대폿집의 아지매는,

다름아닌 합강 최고 갑부인 윤 첨지의 첩이 운영하는 대폿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물주가 엄청 부자인거죠

 

주인인 아지매 대폿집은 한달이 가고 두달이 가도 재료값도 안 되는 5전을 고수했습니다.

든든한 윤첨지가 뒤에서 받쳐주니 그것도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할매대폿집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담근 술도 쉬어빠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손자녀석 때문에 할머니는 그만두지 못하고 적자가 나더라도

언젠간 또 쨍하고 해뜰날만 기다리고 계속해 나갔습니다

그기에다가 아지매대폿집의 막걸리가 몸에 좋다는 소문까지 나니

정말 상인들은 거의다 아지매 대폿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급기야 몇 달후 대폿값도 5전에서 15전으로 한꺼번에 세배로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더 놀랄 일은 아지매 국숫집에 손님이 줄기는커녕,

기다리는 줄이 가게 밖을 빠져나와 백자나 이어진 것입니다.

한달 후에는 또, 20전으로 올렸지만 여전히 손님은 미어터졌습니다.

 

그러니 장사시간도 이경까지 문을 열었구요.

여기서 말하는 이경은 하룻밤을 오경으로 나눌 때 둘째 부분으로,

밤 아홉 시부터 열한 시 사이입니다.

그러나 할매대폿집에는 가격을 올리지 않으니

돈없는 노인들만 간혹 찾아오는 형편없는 대폿집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러자 할매 대폿집의 할매는 화병에 고뿔까지 겹쳐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할매의 또 하나 걱정거리는 손자 녀석이었습니다.

 

핏줄이라고는 그놈 하난데, 허구한 날 서당을 빼먹고,

저잣거리에서 못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속을 썩이더니,

몇 년전에는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예 집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잣거리가 시끄러워, 할매가 무슨일이 생겼나 싶어

아픈몸을 이끌고 나가보았습니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자꾸만 손자이름을 말하길레

혹시 손자가 돌아와서 무슨 사고라도 쳤나 싶어,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아픈몸에도 불구하고 저잣거리 인파를 헤치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깜짝놀랄일이 발생했는데요?

길 건너 아지매대폿집에 사또의 진두지휘 아래 포졸들이 들이닥쳐

윤 첨지를 포승줄로 묶어 나오는데,

아지매 대폿집의 아지매도 같이 묶여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바로 사또가 말썽꾸러기 손자였다는 것입니다. 정말 천지가 개벽한 것이죠

 

말썽꾸러기 손자녀석이 집을 나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사또가 되어서 왔는데

할매는 몸이아프고 늙어서 그것도 몰랐던 모양이었습니다

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그런데 그일은 이렇게 돌아갔는데요. 어떤가 하면,

아지매 대폿집이 문을 열자 손자 녀석 친구들이 아지매대폿집에 위장 취업을 했습니다.

 

그길로 손자는 죽으라고 공부를 하여,

마침내 과거에 합격하여 할매의 원수를 갚아주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손자의 친구들은 장작을 날라다 술을 만드는 육수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때는 일을 맡았는데요.

그런데 윤 첨지가 새벽마다 호리병에 누런 물을 담아와 육수 가마솥에 부었다네요.

 

그래서 그 친구들은 몰래 윤 첨지네 집에 숨어들었죠.

그랬더니 윤 첨지는 뒤꼍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건초를 밤새도록 끓이더니

바짝 졸아든 건초 곤 물을 호리병에 담아 아지매 대폿집으로 가져왔다네요.

 

손자가 그 건초를 한움큼 가져와서 한약재상에게 보였더니 마른 아편 줄기였던 것입니다.

결국 윤 첨지는 아편을 공급한 죄로 처벌을 받는 것이죠

 

그 외에도 손자친구들에게 봉급도 안줄때가 있었고요.

피일차일 미루다가 밀린봉급도 못받고 그만둔 친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든걸 안 사또가 바로 윤첨지의 비리를 파헤치고 잡아들인 것이었죠

평소 말썽부렸던 손자라도 할머니를 위해서 결정적인건 한방 해 주는 격이죠

사랑방 野談(2) 할매 대폿집과 아지매 대폿집?

오늘은 할매대폿집 장사가 잘되어 윤첨지의 재산이 불어나지 않자

첩을 통해 바로옆에 아지매 대폿집을 오픈하여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할매대폿집을 망하게 하자,

말썽꾸러지 손자가 과거합격하여 마을사또로 부임하여 처단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직하게 사는 것이 정말 필요하겠죠?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좀 각성해야 할 것 같네요.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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