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談(야담), 성(性)

사랑방 野談(1) 놀음꾼 가짜 포졸이 놀음판의 판돈을 착취에 기생의 미모에 반해~

sandda 2025. 3. 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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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음꾼 가짜 포졸이 놀음판의 판돈을 착취에 기생의 미모에 반해~

여러분! 옛날부터 어느 마을이나 놀음을 많이 했죠?

그러면 포졸들이 나타나서 그 현장을 덥쳐 판돈을 빼앗아 가곤 했는데요

오늘 말씀드릴 내용도 바로 그런 이야기 인데요.

떠돌이 놀음꾼이 가짜 포졸로 위장해 엄청난 판돈으로 기생집에 들러

기생의 미모와 사연을 듣고 가진돈 대부분을 주었고요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 돈을 받은 기생과 새로만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사랑방 야담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나루터 주막집 구석진 방에 노름판이 걸쭉하게 벌어졌습니다.

담배 연기 자욱한 방에 희미하게 피운 관솔불 하나는,

사람 얼굴도 구분하지 못할 지경인데도, 노름꾼들은 용하게도 골패를 잘 읽고 있네요.

 

보부상에 홍삼 도매상, 돈놀이 정부자, 유기전 황부자.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따그닥 따그닥 골패소리에, 엽전 소리만 쨍그랑거립니다.

그때 꽈다당~’ 소리가 나며, 갑자기 골방 문이 부서지며, 덩치 큰 포졸 하나가

육모방망이를 휘두르며 들이닥쳤는데요.

 

모두 엎드려! 대갈통이 박살 나기 전에!”

벽력 같은 고함에 노름꾼들은, 모두 머리를 양손으로 감싼 채,

방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엉덩이를 세웠습니다.

 

내일 해가 뜨면 모두 동헌으로 모여라. 알았어!”

 

그렇게 고함치고 나서, 포졸은 판돈을 몽땅 쓸어 자루에 담더니,

문을 박차고 쏜살같이 사라졌습니다.

배 끊어진 지가 언젠데 그것도 모르고 포졸은 나루터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한 척뿐인 나룻배와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도둑놈 잡아라~.”

 

수상한 낌새를 알아챈 노름꾼들이 달려 나왔지만, 벌써 쪽배는 가짜 포졸을 싣고

장마 뒤끝의 싯누런 황토물이 넘실거리는 강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강을 건너간 가짜 포졸은, 솥뚜껑만 한 손으로 엽전을 덥석 집어

뱃사공에게 건넨 뒤, 노를 빼앗아 강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때, 떠돌이 노름꾼, 가짜 포졸 만득이는 성큼성큼 어둠 속을 걸어갔습니다.

전대는 넘쳐나고, 거사(巨事) 전에 간덩이를 키우려고 벌컥벌컥 마셨던 술이,

그제야 얼근히 취하는 것 같았어요

삼십리를 걸어 객줏집에 다다른 만득이는, 노름판에서 털어온 돈을 펼쳤다가

놀라서 까무러칠 뻔했는데요. 왜냐구요. 그 금액이 엄청난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고향에 가서 기와집을 짓고,

논밭을 사고, 참한 색시를 얻으리라는 단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이튿날, 만득이는 우선 말 한필부터 샀는데요.

이어서 통영갓과 한산세모시 바지저고리에 비단 두루마기를 사 입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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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좋은 허우대라서 그런지 사대부 집안의 맏아들 모양새가 되었는데요.

그 길로 말을 타고 칠십리나 달려 진주땅에 다다랐습니다.

 

만득이는 술을 실컷 마시고 고기도 실컷 먹고 촉석루 아래 남강에서 뱃놀이도 했죠.

그렇지만 뭔지 모르게 딱 하나가 모자랐습니다.

 

바로 예나 지금이나 남자들이 돈이 생기면 생각나는 것이죠

그래서 어둠살이 내리자, 만득이는 명월관 기생집에 들어갔습니다.

기생집 주모가 상다리가 휘어져라 요리상을 차려 내오고 색시 하나를 데려왔답니다.

 

순간, 만득이 눈이 휘둥그레졌겠죠. 이게 선녀인가, 인간인가, 구미호인가.’

이때,주모가 때를 놓치지 않고 만득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는데요.

 

약주 드실 때 술잔만 올리면 스무냥, 머리를 올려주려면 이천냥을 주셔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색시에게 술잔만 받기로 하고 술을 마시는데요.

보면 볼수록 예쁘기 짝이 없었습니다.

 

행동거지도 조신해 내친김에 머리를 올려주기로 했는데요.

뒷방에는 금침을 깔아놓고 만득이 촛불을 끈 뒤 옷을 훌훌 벗었습니다.

그런데 색시가 한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묻은 채 하염없이 흐느끼는 것이었어요.

그걸 본 만득이는 술이 확 깼습니다.

그래서 촛불을 다시 켜고 색시에게 사연을 물었겠죠.

 

그랬더니 사화(士禍·조선시대에 선비들이 정치적 반대파에게 몰려

참혹한 화를 입던 일)에 휩쓸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귀양을 갔다네요.

 

오빠 둘은 옥살이를 하고,

여동생은 이모집에 숨어서 아버지와 오빠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었다네요.

 

색시는 별 도리가 없어 정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지만

천오백냥에 이곳 진주 기생집으로 팔려왔다는 것이 주요 이야기네요.

 

그러자 만득이는 벗었던 옷을 다시 입고,

색시의 손목 한번 잡지 않은 채 밤새도록 마주 앉아 얘기만 나눴다고 합니다.

 

동이 트자 만득이는 이천냥을 색시 치마폭에 던져놓고, 고향 산청으로 떠났습니다.

이천냥은 정말 엄청 큰 돈이죠

그래도 아직 수중에 오백냥이 남아 있었고요.

그후 조정이 한바탕 들끓더니 사화가 반전되었습니다.

 

이듬해 봄, 만득이가 고향 땅에서 이랴~’하고 쟁기질을 하고 있는데

말과 가마를 타고 그 색시 일가족이 내려왔습니다.

 

몸을 더럽히지 않은 색시가 곧장 한양에 올라가 약혼자를 찾았지만

벌써 다른 규수와 혼례를 올린 후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찾아온 색시와 만득이는 산청땅이 떠들썩하게 혼례를 올리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떠돌이 놀음꾼이 가짜 포졸로 위장해 엄청난 판돈으로

기생집에 들러 기생의 미모와 사연을 듣고 가진돈 대부분을 주고

나중 결혼까지 해서 잘 살았다는 이야기인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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