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 말씀, 구전어

來不往 來不往(래불왕 래불왕)/오지말래도 갈터인데 오라는데 어찌 가지않으리

청하인 2021. 10. 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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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不往 來不往(래불왕 래불왕)/오지말래도 갈터인데 오라는데 어찌 가지않으리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來不往 來不往(래불왕 래불왕)일화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강원도 영월군에 가면 김삿갓면이 있는 것은 아세요

김삿갓면은 고려시대에는 밀주(密州)라 불렀으며 1698(숙종 24)에 하동면으로 개칭되었죠

 

 

그후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의 거주지와 묘, 문학관 등이 있어

김삿갓의 고장으로 알려지게 되었으며, 영월군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910월 면의 명칭을 김삿갓면으로 개명하였다고 합니다

 

방랑 시인으로 알려진 김삿갓은 어렸을 때부터 글공부를 좋아하고

시 짓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는데요 그래서 지금부터 방랑시인 김삿갓이

어느 진사님의 진갑 잔치에 가서 來不往 來不往(래불왕 래불왕)을 해석해주고

대접을 잘 받은 일화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어느날 김삿갓이 산길을 진종일 걸어오다가 해거름에 어떤 마을에 당도하니

고래등같은 기와집 마당에 사람들이 들끓고 있었는데요.

한편에서는 떡을 치고 한편에서는 부침개를 부치고..

 

김삿갓은 부침개 냄새를 맡자 새삼스러이 허기가 느껴져 옆 사람에게 물어보았겠죠.

"무슨 큰 잔치가 있기에 이렇게도 법석거리오?"

마을 사람들은 허럼하게 입은 김삿갓을 나무라듯 대답했다는데요.

 

"당신은 내일이 오 진사 댁 진갑 날이란 것을 모르오?

이번 진갑 날에는 본관 사또 님을 모시기 위해서

돼지 다섯 마리와 황소 한 마리를 잡았다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던졌는데요.

"이 사람아! 사또께서 내일 오실지 안 오실지

몰라서 오 진사 어른은 지금 똥줄이 타고 계시다네."

 

그러니 장난기 많은 김삿갓이 궁금해 지기 시작했나봐요

그래서 무슨 이야기인고 알아봤더니, 오 진사는 며칠 전 사또에게

사람을 보내 이번 진갑 잔치에 꼭 왕림해 주십사는

서한을 보냈는데 사또는 즉석에서 답장을 써 주었다네요.

그런데 답장의 내용이 온다는 것인지 안 온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쩔쩔매고 있다 한다네요.

 

만약 사또가 온다면 오진사가 동구 밖에 까지 마중 나갈 준비도 해야 되고

사또에게 드릴 큰 잔칫상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딱한 사정이라고 하네요.

김삿갓은 은근히 흥미기가 발동해서 오 진사에게 가서 정중히 여쭈었죠.

"지나가던 과객이올시다.

댁에서 사또의 편지로 무척 심려 중에 계시다고 들었기에

소생이 한번 풀어 볼까 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그동안 똥줄이 타고 있던 오 진사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김삿갓을 사랑방에 정중하게 모셨다네요.

넓은 사랑방 안에는 사또의 편지를 읽어 주려고

모여온 내로라하는 선비들이 열 명이나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답니다.

"우선 술이나 한잔 주시오." 하고 김삿갓이 한마디 하였는데요.

그래서 똥줄탄 오진사가 손수 주전자를 들고 와서 정중하게 한잔 따뤄드렸답니다

앉아 있던 선비들은 김삿갓의 초라한 행색을 보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겠죠.

 

우리가 풀지 못하는 사또의 편지를 너 같은 게

감히 어떻게 풀 수 있다고 술을 덥석덥석 받아 마시느냐고 아니꼽게 여기는 눈치였죠.

사또의 편지를 보니 한지로 반절 넓이의 큰 지면에 커다란글씨로

래불왕 래불왕(來不往 來不往) 이라는 여섯 글자만이 적혀 있을 뿐이 아닌가요.

김삿갓은 너무도 간단한 데 놀랐으며 눈앞이 아찔해 옴을 느꼈다는데요.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지 전연 알 수가 없었답니다.

"이것참 . 매우 기기괴괴한 문장인걸!"

김삿갓은 우선 생각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갖기위해 천연덕스럽게 그렇게 중얼거려 보았죠.

 

방안에서는 무슨의미로 해석될지 몰라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답니다.

그러자 오 진사는 초조해서 다급하게 물어 보았는데요

"선비! 사또께서 오신다는 겁니까? 안 오신다는 겁니까?"

"..... 사또 어른하고 진사 어른하고는 매우 두터우신 사인가 보구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장난스러운 편지는 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그러자 오 진사는 만면에 웃음을 피우며 자랑스럽게 말했는데요.

"가깝다 뿐이겠소이까. 어려서부터 동문수학을 하면서 별의별 장난을 다해온 사이랍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사또의 편지는 틀림없이 참석하겠다는 사연임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얻었답니다.

친구지간에 초청을 받고 참석을 못하면 한마디쯤 사과의 말이 있어야 옳은 일인데

그런 빛은 전연 찾아 볼 수가 없었죠.

이윽고 김삿갓이 입을 열었는데요 "사또께서는 진갑잔치에 틀림없이 참석하겠다고 했으니

영접할 준비를 서두르시죠." 하고 김삿갓은 선언했답니다.

그러자 오 진사는 그 말에 뛸 듯이 기뻐하며 물어보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풀이했는데 그런 해답이 나오게 됩니까?"

 

김삿갓이 자신만만하게 단언을 내리자 옆에 있던 선비들은 공술만 얻어먹기가 미안했던지

아니면 열등감을 느낀 탓인지 제각기 공박했다고 하는데요

"귀공은 그 문장을 어떻게 해석했기에 그런 단언을 내리시오?"

그러니까 마침 그 순간 이런게 떠올랐다네요

 

옛날에 80객 노인이 나이 어린 처녀와 정을 통하여 아들을 하나 낳은 일이 있었다네요.

그런데 노인은 임종이 가까워 오자 가족들에게

'八十生男非吾子' 라는 유서를 한장 내 보였는데요.

 

유족들은 그 여자에게 유산을 나눠주지 않으려고 쓴거라고 해석했고,

아기의 어머니는 유산을 나눠 받기 위해 쓴거라고 해석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답니다.

 

한문이란 그처럼 토를 달기에 따라서 해석이 뒤바뀌는 경우가 얼마든지 많다 하고

김삿갓은 마침내 정답을 알아내게 되어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싱긋이 웃었답니다.

그러자 오 진사는 답답한 심정을 견딜 수가 없는지 간청을 또 하는데요

"여보시오. 선비! 나는 지금 똥줄이 타다 못해 이제는 간이 타오를 지경이오.

편지 사연을 알고 계시거든 애를 태우지 말고 빨리 설명을 해주시오."

 

그러니 "하하하, 이 편지는 결코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래불왕 래불왕 뜻풀이는 바로 래불왕 '오지말래도 갈터인데..

래불왕 오라는데 어찌 가지않으리''하는 하는 소리올시다."

김삿갓의 설명을 듣고 나자 좌중에는 별안간 폭소가 터졌답니다.

 

"과연 듣고 보니 선생의 해석은 귀신과 같으시오이다.

선생 덕분에 만사가 시원스럽게 풀려서 내가 이제야 살아나게 되었소이다.

여봐라, 지금 우리 사랑에는 귀한 선비 님이 와 계시니

술상을 새로이 푸짐하게 차려 내오도록 하여라." 했다네요

 

그러자 옆에 있던 선비들도 저마다 감탄을 마지 못했답니다

이리하여 김삿갓은 사또의 편지를 풀어준 덕택에

술과 음식을 배불리 얻어먹었고

 

그 날 밤에는 오 진사 댁 사랑방에서 하룻밤을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답니다.

다음 날, 사또의 행차가 가까워 온다는 전갈이 있자,

오 진사는 직접 마중을 나가느라고 야단법석이었다는데요.

그러나 김삿갓은 개밥에 도토리 노릇을 하고 싶지 않아서

 

조반을 한 술 얻어먹고 나서 아무도 모르게 오 진사 댁에서 나와,

구름처럼 바람처럼 산길을 걸어가고 있었답니다.

걸음걸음 구름 따라 숲 속에 들어서니

솔바람 냇물소리 옷깃을 씻어주네

뜬세상 사람들 누가 나를 알아주랴

오로지 산새만이 내 마음 아는구나하고 읊었다네요

 

그리고 김삿갓은 유머스럽고

오늘날에 봐도 상당히 저속한 단어들을 사용했는데요,

당시 19세기 조선의 언어생활과 이 시를 쓴 김병연은 양반이었음을 생각해보면

그 때 김삿갓은 훈장의 푸대접에 굉장히 화가 났었던 것 같다고 전해지고 있네요

 

김삿갓의 유머한시를 볼까요

自知晩知고  補知早知

자기 혼자서 알고자 하면 늦게 알게 되고

남의 도움을 받아 알게되면

빨리알게된다는 유머 한시입니다

 

또 하나더 알아볼까요

그의 수많은 한시 가운데 "가을의 아름다운 애잔함"(秋美哀)이라는 가 있는데요

이 시는 무려 200년 후의 오늘날 부패한 권력을 예견한 것 같기도 하죠

반번 볼까요

.

<秋美哀>

秋美哀歌靜晨竝  (추미애가 정신병)

雅霧來到迷親然 (아무래도 미친연)

凱發小發皆雙然 (개발소발 개쌍연)

愛悲哀美竹一然 (애비애미 죽일연)

 

<가을의 아름다운 애잔함>

가을날 곱고 슬픈 노래가 새벽에 고요히 퍼지니

아름다운 안개가 홀연히 와 가까이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둘 다 그러하니,

사랑은 슬프고 애잔하여 아름다움이 하나인 듯하네.

 

가을의 서정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로 보이지만,

한글로 읽으면 그의 풍자와 해학이 그대로 드러난다.

과연 그는 200년 후 세태를 미리 내다본 걸까?

아니면 그냥 단순한 우연일까?

판단은 시청자 여러분께 맡겨야죠

오늘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래불왕래불왕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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