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옛날 콩트

재밌는 콩트(5) 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sandda 2025. 12. 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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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오늘은 어릴 적부터 세상의 매서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야 했던 한 소년의 이야기.

그리고 그 밤, 눈물 속에 피어나는 묘한 웃음하나 전해드립니다.

 

진수네 가족은 하나님을 믿는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수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나갔던 셈이 되었죠.

그 집안은 사랑과 평화를 이야기했고, 폭력을 미워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순하게 흘러주지 않더군요.

 

그런데 진수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는 큰 사건이 터졌습니다.

3남 1녀 중 장남인 큰형이 군 입대를 거부하고 교도소에 수감된 겁니다

 

총을 들기를 거부했다는 신념때문이었습니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렸는데요.

호적에 뻘건 줄이 올라갔다, 인생 종쳤다, 이렇게 말하며 혀를 찼다네요.

그 후 불행은 쉴 새 없이 몰아쳤습니다.

정말 불행은 혼자 오는 법이 없다는 옛날 이야기가 딱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누나는 시집가서 첫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고,

안타깝게도 아이마져도 함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그 충격에 아버지와 어머니마저 쓰러졌고,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러자 어쩔수 없이 진수는 남쪽 바닷가 작은 중국집으로 팔려갔습니다.

그때는 섣달 그믐. 겨울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정도로 정말 모질게 불어왔습니다.

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진수는 매일 물을 길렀습니다.

면사무소 앞 우물에서 어른 키만한 항아리에 물을 퍼 나르며 물지게를 졌습니다.

 

진수는 이 우물에서 날마다 물지게를 졌는데, 출렁이는 물동이는 파도처럼 춤을 추었죠.

그러자 젖은 바지와 양말, 신발이 얼어붙게되었고,

얼어붙은 손과 발은 쩍쩍 갈라져 피가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픈 몸보다 참기 힘든 건 배고픔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이 배가 고프다니!

하지만 배고픔보다 더 참기 어려운 건 서러움이었습니다.

 

물긷기가 끝나면 식당 내부 청소를 해야하고,

청소가 끝나면 배달통이 진수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진수는 키가 유난히 작았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페달이 닿지 않을 정도였었죠

중국집 음식의 사활은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면발에 있잖아요.

면발이 붇지 않아야 살아남는데요.

조금만 늦게 배달해도 호통이 쏟아지는게 일수였습니다.

 

그야말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학교와 농협,

우체국과 미장원을 종종거리며 다녔습니다.

또, 배달이 끝나면 설거지가 산처럼 쌓여 있었고요.

설거지를 끝내면 다시 물긷기를 하고, 물긷기가 끝나면 어스름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일은 여기서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양파를 까야했습니다.

매운 양파 냄새보다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 싶어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야간 당직근무를 하는 공무원들과 역무원들에게 배달이 끝나면

시간은 이미 자정이 넘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흘러만 가던 어느날, 눈보라치는 간이역에 야간열차가 지나갔습니다.

눈물도 얼어붙어 떨어지지 않는 밤이었죠.

 

언 손과 발을 씻고 내실로 들어와도 쉽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언제쯤이면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얼마나 기다려야 이 지옥을 벗어나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했죠.

부모형제들을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 물밀 듯 서러움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큰소리로 울 수는 없었습니다.

 

진수가 입을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울음을 십어삼키려 애쓰는데,

젊은 주인내외가 사는 옆방에서 희미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나 소쩍새 우는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늦은 봄밤, 논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를 닮은 같기도 하고,

뻘을 드나드는 파도 소리를 닮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이상야릇한 소리는 밤마다 들려오는가 싶었습니다.

아니, 이 밤에 누가 슬픔에 복받쳐 울고 있단 말인가. 자신처럼 서러운 인생이 또 있단 말인가.

 

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진수는 생각했습니다. "나처럼 울고 있는 사람이 또 있구나.

이 서러운 세상에, 나만 있는 게 아니었구나"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그 울음소리에 진수가 참고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려던 찰나였는데요.

옆방에서 울음소리가 잦아들더니 여인의 코맹맹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보, 이번에는 느낌이 아들일 것 같아요.” 그리고는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진수는 멍하니 벽을 바라봤습니다. 이게 무슨 울음인가요?

그리고 어이없게도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진수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그래도 젊은 주인내외가 밤에 하는 것은 알고 있을 정도 나이는 된 것이죠.

주인내외가 밤마다 하는 것도 알고 있었구요. 단지 그 소리를 몰랐던 거죠

 

“아이구… 난 그저 슬픈 줄만 알았네…” 이렇게 때로는 가장 서러운 순간에,

엉뚱한 소리 하나에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젊은부부 옆에서 들리는 요상한 두가지 울음소리의 정체는?

세상이 냉혹하더라도,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한 농담 하나가 우리를 버티게 하지요.

오늘도 당신의 하루에 눈물도 웃음도, 그리고 따뜻한 숨결 하나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끝까지 잘 보셨나요. 다음 이야기에서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따라 바람따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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