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은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도시로 가고 혼자 시골에서 자는데 소복입은 여인이 매일저녁~
오늘 이야기는 전형적인 한국 전설 또는 야담의 형식을 빌려,
한 인물의 생애와 기이한 체험을 섞어낸 민속적 서사입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싸릿골에 사는 팔수는요. 그냥 힘이 장사라도 그런 장사가 없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들 수 있는 짐보다, 세 배나 무거운 것도 그냥 번쩍 들고 또 짊어졌죠.
손가락 아귀힘도 정말 어마어마했어요.
단단한 호두를 손가락으로 간단하게 깨뜨렸고,
십 원짜리 동전도 수제비 반죽처럼 구부려 버릴 정도였으니까요.
또, 팔씨름으로도 팔수를 당해낼 이가 없을 지경이었는데요.
누구든지 한번 잡히면 자빠지기 십상이었습니다.
낫자루를 들면 풀이 넉 짐이요,
괭이를 들면 집터 두 배 정도 되는 밭이 하나 생기는 그런 사내였죠.
또 재밌는 것은 집안 어른들은 그에게는 아예 도리깨를 맡기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도리깨질을 하면 콩이나 팥, 그밖의 곡식들이 모두 으깨어졌기 때문이랍니다.
심지어 당재 너머에서 나무를 짊어지고 오면 워낙 한꺼번에 많이 지고오기 때문에
작은 동산이 하나 걸어오는 듯 보였다고 할정도랍니다.

부인은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도시로 가고 혼자 시골에서 자는데 소복입은 여인이 매일저녁~
팔수는 천생 농사꾼이었습니다. 고향 친구들이 도시로 도시로 나갈 때도 시골에 남았는데요.
아귀힘이 세서 그런지 저 도장골에 살던 달님이를 덥석 잡아왔습니다.
달님이는 언제나 복사꽃처럼 뺨이 붉은 처녀였는데요.
달님이가 처음 손목이 잡혔을 때 팔수 손이 강철인 줄 알았다네요.
빠져나갈 수 없는 힘에 그만 털썩 주저앉아버렸습니다.
또, 팔수 가슴은 병풍바위보다 단단했습니다. 사방이 거대한 산으로 둘러싸인 싸릿골에서
달님이는 아랫목 밥그릇처럼 폭 싸여 살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세월이 구름처럼 흘러갔습니다.
아이들도 태어났는데요. 2남 1녀를 두었답니다.
팔수는 아이들이 자라거나 말거나, 밖에 나가 일만 끙끙했습니다.
학교에 가거나, 소풍을 가거나 상관없이, 논과 밭에서 한결같이 엎드려 일만 했습니다.
집안일은 모두 달님이가 처리해 나갔죠.
팔수는 농한기인 겨울에도 쉬지 않았습니다. 앞뒷산에 올라 사냥을 했는데요.
사냥 방법은 오로지 올무만 고집했습니다.
산토끼를 잡으면 겨우내 무를 넣고 끓여 먹었고요.
어쩌다 고라니나 노루가 걸려들면 도시사람들에게 팔았습니다.
법을 어기는 행위였지만 팔수가 사는 곳은 너무 깊은 산골이라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웠습니다.
몇 년 전에는 멧돼지를 대여섯 마리나 잡기도 했습니다.
천적이 없어진 산에는 짐승들 천지였는데요.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는 훼방꾼이어서 죄책감도 없었습니다.
군청에서는 가끔씩 포수들이 유해조수를 퇴치하도록 허가를 내 주기도 했으니
안심하고 산짐승을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부인은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도시로 가고 혼자 시골에서 자는데 소복입은 여인이 매일저녁~
세월은 또 강물처럼 흘러갔습니다. 큰아이가 군대를 가고,
바로 밑의 딸이 대학에 합격해 방을 얻어 나갔습니다.
막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달님이는
딸과 아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도청 소재지로 떠났습니다.
결국 싸리골에 홀로 남은 팔수의 흰머리가 서서히 늘어났습니다.
재작년 경운기 사고를 당한 뒤로 부쩍 근력도 떨어졌죠.
그래도 겨울 땔나무를 해 오고 사냥 역시 쉬지 않았습니다.
폭설이 내린 지난 겨울에도 여전히 산토끼와 노루를 잡으며 농사철을 기다렸습니다.
산골의 겨울은 길었죠. 기나긴 겨울 어느 날이었습니다.
초저녁 잠이 많은 팔수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이었을까. 웬 여자가 옆에 누워 있었던 겁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팔수가 자기 뺨을 꼬집어 봤는데도 분명 여자였습니다.
달님이는 아니었던거죠.
하얀 소복을 입은 선녀 같은 여자였는데 그 여자는 밤마다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팔수한테는 버거운 여자였습니다. 한창 젊었을 때야,
산이라도 들어올릴 만큼 힘이라면 자신있었지만,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던 겁니다.

부인은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도시로 가고 혼자 시골에서 자는데 소복입은 여인이 매일저녁~
그날 밤에도 괘종시계가 12시를 알리자 벽속에서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하얀 소복 안의 육감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는데요. 입에는 은장도가 물려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서방님, 어제는 제가 목욕하고 오는 동안 코를 골며 주무시던 걸요.
오늘도 그리하시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계속 안아주지 않으면 이칼로 요절을 내고 말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씩 웃는 게 아닌가요. 밖에는 눈이 내리는지 산짐승도 울지 않는 밤이었습니다.
팔수는 새벽까지 용을 쓰며 버티었고, 식은땀이 흘렀고,
마지막에는 쌍코피까지 흘리며 쓰러졌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목이 말라 깨어났는데요.
눈 그친 고요한 산골, 숫눈 위에는 집에서 걸어나간 노루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꿈이었을까요? 귀신이었을까요? 아니면 팔수가 평생 산에 짓밟힌 짐승들의 원혼이었을까요?
오랫동안 산에 혼자 살고 있으니 짐승들의 원혼도 나타났던 건가요?

부인은 애들 뒷바라지 한다고 도시로 가고 혼자 시골에서 자는데 소복입은 여인이 매일저녁~
여러분, 오늘도 삶에 지친 어느 시골 사내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누군가에겐 농사꾼이었고, 누군가에겐 사냥꾼이자 아버지였던 팔수.
그리고 그를 찾아온 하얀 여인의 정체는 뭘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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