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집 대감 둘째 아들의 기묘한 혼사
오늘은 사촌언니와 혼사결정했으나 파혼을 하고 정작 훗날 결혼식 신부는
다른 규수였다는 기묘한 혼사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날 밤새도록 각혈을 한 문대감이 딸을 불렀습니다. 말을 더듬으면서
“봉순아~” 하고 힘없이 부르니 할수없이 부인이 옆방에서
곤하게 자는 봉순이를 깨워 데려왔습니다.
“봉순아. 너, 너는 나의 생명이고 나의 혼이다”라고 힘없이 말했죠
여섯살의 어린 나이지만
봉순이는 아버지가 이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걸 알았채렸습니다.

양반집 대감 둘째 아들의 기묘한 혼사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제 아버지 품에 쓰러져 봉순이는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러자 봉순이 어미가 문대감의 형님을 모시고 왔는데요.
문대감은, 형님과 어린 봉순이를 앉혀놓고 말했습니다.
“형님. 저. 저. 저는 이제 갑니다~. 집사람은 재가하도록 길을 열어주시고요”
또, 쿠룩쿠룩 목에 피가 끓어 요강에 토해내며
“우리 봉순이는 제 어미 재가할 때 딸려 보내지 말고 형님이 길러주세요. ”
하고는 금방 조용해졌습니다.

봉순이는 제 아버지 목을 안고 통곡하고, 형님도 동생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죠.
그러던 시간이 흘러 새벽닭이 울었습니다.
그게 십년 전의 일입니다. 봉순이는 그날 밤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는거죠.
봉순이 어미는 재혼하지 않았고, 봉순이는 어미와 줄곧 살았습니다.
비록 문대감이 남긴 재산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모녀가 소박하게 살아가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봉순이의 큰아버지가, 집문서 땅문서를 모두 움켜쥐고 멋대로 팔아치우고,
심지어 자기 자식들 이름으로 바꿔버리기도 했습니다.

봉순이의 큰아버지는, 과부가 된 봉순이 어미에게 재가하라고 윽박지르고,
봉순이를 자기 자식으로 호적에 올려놓았습니다.
봉순이가 하루는 돈 쓸 일이 있어 큰아버지를 찾아갔더니
꼬치꼬치 캐물으며 큰 선심이나 쓰듯이 돈을 던져주고선
“이게 마지막이다!”라며 하는 짓이 놀부와 다름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봉순이는 하고 싶었던 얘기를 꺼냈다는데요.
큰아버님! 큰아버님! 봉순이 꿇어앉아 입을 연 이 첫마디에,
큰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며 “큰 자는 왜 붙이냐!
너는 내 딸이야”라며 호통을 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 큰아버지께서 저희 재산 관리를 해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봉순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노발대발한 큰아버지는
“너 아버지 삼년 동안 드러누워 있을 때 들어간 약값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나 해?!”라며
봉순이에게 검지로 찌를 듯이 삿대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니 어미는 어떤 놈 만나 언제 떠날지 몰라!
니 아비 유언을 너도 들었잖아!”라고 고함쳤습니다.
봉순이는 눈물만 쏟고 사랑방을 나올 때 “다시는 우리 집에 발도 붙이지 마라!”라며
큰아버지가 냅다 고함을 질렀습니다.
봉순이는 눈물을 훔치며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으로 가다가,
한살 위 사촌언니를 마주쳤는데
그녀도 큰아버님처럼 싸늘하게 시선을 돌려 버렸습니다.

봉순이 모녀는 손재주가 있어 어미는 집에서 삯바느질로,
봉순이는 아랫동네 천석꾼부자 정대인댁에서 침모로 일했습니다.
정대인댁 장남은 급제해 한양에서 살고 있고,
둘째는 어릴 때부터 책하고는 담을 쌓아, 친구들과 말썽만 피우더니
철이 들자 장사에 흥미를 보였습니다.
통이 큰 정대인은 둘째아들 중근이에게 장사 밑천을 대줬던거죠.
중근이는 돈의 흐름에 동물적 감각이 있었고, 아버지를 닮아 통이 커,
장사할 땐 집중을 해서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저잣거리에 젓갈 도매상, 포목상, 목재상을 차렸는데요.
문제는 사람을 너무 믿어 회계가 돈을 빼돌리고
집사가 돈통을 들고 튀는 일이 빈번했다네요.

양반집 대감 둘째 아들의 기묘한 혼사
어느 날, 해도 뜨기 전에 가게로 나가는 중근이에게 봉순이가 종이 한장을 내밀었습니다.
식구들 봄옷을 짓는 데 필요한 포목 목록이었는데요. 중근이는 깜짝 놀랐답니다.
하나하나 필요한 치수를 깨알 같은 글씨로 자세하게 적어놓았던 것이기 때문이었죠
그날부터 밤늦게 집으로 들어온 중근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 조끼와 저 주머니에서
외상표와 영수증, 물표와 돈주머니 등등을 꺼내,
침모 봉순이가 일하는 곳 방바닥에 어지럽게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봉순이는 밤늦도록 정리해
이튿날 아침 깨끗한 치부책과 돈을 중근이에게 전해줬습니다.
얼마 후 봉순이는 침모 일에서 손을 떼고, 아예 중근이의 가게로 나가 회계를 봤습니다.
침모 일은 봉순이 어미에게 넘겨졌구요.
정대인과 안방마님은 중근이와 짝을 지어줄 색시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점찍은 둘째 며느릿감이 바로 봉순이의 사촌언니였습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보름날에 혼례를 올리기로 하고
정대인네는 사주단자를 보냈습니다.
봉순이의 큰아버지 댁에서는 외동딸 시집보낼 준비를 하느라 부산했겠죠.
그래서 바느질 솜씨 좋은 봉순 어미를 불렀는데요.
봉순 어미는 그래도 큰집이라고 밤이 새도록 바느질을 했습니다.

양반집 대감 둘째 아들의 기묘한 혼사
그런데 혼례 날짜를 불과 열흘 남겨두고 신붓집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건가요?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요?
중신아비가 파혼장을 들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봄이 가기 전인 사월초 닷새,
드넓은 정대인 안마당에서 혼례식이 올려졌습니다.
얼마전 파혼장을 들고온건데 갑자기 누구와 결혼했을까요
바로 주인공을 보고 깜짝 놀랄건데요.
바로 신랑은 정대인의 둘째아들 정호걸이고
신부는 침모를 하다가 회계를 본 문봉순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걸 보고 뭘 느끼시나요?
착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살면 언젠간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쨍하고 해뜰날도 온다는 것이겠죠

양반집 대감 둘째 아들의 기묘한 혼사
오늘은 죽은동생의 재산까지 빼앗은 형이,
부잣집 둘째아들과 혼인날짜까지 잡았으나 파혼당하고,
마침내 부잣집 둘째아들은 또 다른 규수, 죽은 동생의 딸의 성실함과
사람됨에 반해 혼인한 사연을 알아보았습니다.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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