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시아버지의 며느리에 대한 사랑이었나?
안녕하세요! 오늘은 남편과 아들딸과 같이 살았던 우리집에,
어느날부터 시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있었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는 경상도에서 거주중인 30대 중반의 주부입니다.
30대 초반에 시집와서 남편이랑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아버님을
저희가 모시는 게 어떻겠냐고 갑자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하느냐며 처음에는 듣는둥 마는둥 했으나,
며칠지나 재차 그런이야기를 하자 남편이랑 많이 싸웠어요
그 일로 인해, 저는 남편과 끝도없이 대화를 나누었고요,
정말 많이 매일같이 싸웠어요.
그러다 하루는 남편이 술을 먹고 울면서 진심을 담아 말을 하더군요.
저에게 무엇이든 다른 거는 원하는 대로 하자는 거 전부 다 할 테니까.
제발 이번만은 부탁 좀 들어달라고요. 그러면서 남편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남편이 어릴적부터 말썽꾸러기로 허구한날 사고를 치고나면
매번 아버님께서 수습을 하곤 했하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남편이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에 사고가 날뻔한걸 아버님이 보시고, 남편 대신 부딪히셨는데,
그것 때문에 지금도 오른쪽 어깨를 잘못 쓰신대요
그뿐만 아니고, 아버님은 힘든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때에도,
남편은 군대 제대하고 결혼하기 1~2년전까지는 놀고 먹었답니다
아버님이 남편을 늦게 낳으셔서 지금 아버님 연세가 70세 초반이세요.
남편은 놀고먹었는데 아버님은 60세 넘으셨을 때도 힘든일 하시면서
가족들 먹여 살리고 고생만 하셨다네요.
특히 현장일을 오래하면 시멘트 독이라고 하는것 때문에
손도 쪽쪽 갈라지셔서 겨울만 되면 많이 아파하신다고 하더라고요.
평생 모아 오신 재산으로 마련하셨던 조그만한 집도
남편 결혼할 때 집 장만해 주신다고 파시고,
지금은 월세 내면서 원룸에 들어가서 사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거 보니
마음이 아파서 눈물이 자주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살림이 넉넉했으면 이런 걱정도 안 할 텐데요.
저는 집에서 살림을 하는 평범한 주부이고, 남편은 혼자 직장을 다니는데
일반적인 중소기업을 다니고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달에 월급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말을 듣고서는 나도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에
아버님을 모시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그때는 제가 임신 초기라서 모든 부분이 힘들때였지만
남편의 부탁을 그냥 무시할 수가 없더라구요
결국 남편의 설득에 못 이겨 모셔왔는데요.
첫날부터 여러모로 정말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그런데 아버님께 매번 반찬 신경 써서 정성껏 차려드리면,
그걸 드시면서도 엄청 미안해하시면서 눈치를 보십니다.
가끔씩 고기반찬같은 고급반찬이나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면,
아버님께서는 드시지 않고 남겨두셨다가 저희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남편을 먹이라하면서 일부러 드시지 않는겁니다.
거기다가 하루는 장을 보고 집에 왔는데,
아버님께서 바닥에 꿇어앉아서 방청소를 하고 걸레질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걸레를 빼앗으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고집을 부리시면서 청소를 깨끗이 끝마치시더라구요.
그리고 식사를 드시고 나면 곧바로 빈 그릇을 들고가셔서 설거지도 하십니다.
아버님께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씀드리고 만류도 해 보지만
아버님은 설거지를 하시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하시답니다.
제가 왜 아버님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이 못난 며느리 눈치 보이시니 그렇게 행동하시는 거 압니다.
그래서 저도 정말 더 마음이 아픕니다.
원래 아버님 용돈을 드려도 그거 안 쓰고 모아두었다가 저에게 용돈 하라고 주십니다.
그렇게 저희는 부유하진 않지만, 서로 애틋하고 마음을 써가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은 정말 너무 많이 슬퍼서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께 죄인이라도 된 듯해서 눈물이 왈칵 나오는데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한 달 전쯤부터 아버님께서 아침에 나가시면 저녁때쯤 들어오시더라고요.
어디 놀러라도 가시는 것 같아서 용돈을 드려도 받으시지도 않고,
웃으시면서 다녀올게 하시면서 매일같이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냥 집안에만 있으시기엔 답답하셔서
산책이라도 다녀오시다 보다 하고서 크게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장을 보러 슈퍼에 갔다가 아래층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주인 아주머니께서 제게 어렵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오다가 이 집 할아버지 봤는데 유모차에 박스 실어서 가던데 하는거에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상상조차 못해봤던 일에 깜짝 놀랐습니다.
네 맞습니다. 아버님 아들 집에 살면서 돈 한 푼 못 버시는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불편한 몸 이끄시고
하루하루 그렇게 박스 주우시면서 돈을 버셨더라고요.
저는 이야기를 듣고 장을 보다 말고 길가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버님 찾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녀도 안 보이시더라구요.
너무 죄송하고 가슴이 아파서 집에 들어와서 정말 한없이 엉엉 울었습니다.
한참을 울고 나서 남편에게 전화해, 오늘의 상황을 말하니 남편도 아무 말이 없더군요.
한참의 정적이 흐르고 남편은 일찍 들어간다고 말하고 그렇게 통화를 끊었고요
남편은 저녁 5시 조금 넘어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고 들어왔는데요.
남편도 마음이 정말 안 좋은지 표정도 너무 어두웠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만 내려두고 아버님을 찾으러 나간다고 하곤
바로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가 정말 바보였고 한심한 며느리였습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나가셨는데. 관심을 가지고 진작 이 사실을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죠.
며칠 전부터 아버님께서 먹으라고 봉지에 들려주시던 과일과 과자들을 받으면서도,
아버님께서 어떻게 해서 사 오신 것인지 생각도 못 했다니 정말 한심스럽습니다.
못난 며느리 눈치 안 보셔도 되는데 그게 불편하셨던지 아들 집 오셔서도
편하게 지내지도 못하시고 매일같이 눈치만 보시다 불편하신 몸 이끌고
그렇게 일을 하고 계셨다니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정에 저희 아빠도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 하셨는데
돌아가신 아빠 생각도 나고 해서 그렇게 저는 또다시 한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그날따라 아버님 웃으실 때 얼굴에 깊게 패인 많은 주름들과,
평생 고생을 하셔서 손목에서 갈라진 피부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고 생각나면서,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에, 남편이 아버님이랑 들어올 때까지 울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아버님을 찾아 나가고 한 시간 정도 좀 넘어서
남편이 아버님을 모시고 집으로 들어오더라구요.
아버님 들어오시면서도 제 눈치를 보시면서,
뒤에 끌고 오던 유모차를 숨기시는 모습이 왜 그리 마음이 아플까요?
저는 아버님의 모습을 보자마자 아버님께 달려가서 죄송하다며
손을 꼭 붙잡고서 또 펑펑 울었습니다.
그러자 아버님께서는 매일 나 때문에 밥 차리느라 고생도 많고
편하게 있지 못하게 해서 내가 정말 미안하다면서 제 얼굴을 보면서,
손을 꼭 붙잡아 주시면서 말씀하시는데, 저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날 아버님의 손을 처음으로 만져봤습니다.
평생을 고생하시면서 지내온 아버님의 손, 심하게 갈라지신 손등과,
굳은살 베인손에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방 안에 모시고 나서도 죄송하다며 그렇게 펑펑 울었습니다.
아버님 식사 챙겨드리려고 부엌에 와서도 요리를 하고 있는데도
왜 그리 눈물이 그치지가 않던지?
남편은 아버님께 다시는 그런 일 하시지 말라고 말했고,
앞으로는 제가 더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되니까.
그런 일 하시지 말라고 아버님께 확답을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끝마치고서 세 명이 오순도순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을 먹는데도 아버님 손을 보면서 자꾸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아버님 모시고 시내 나가자고 남편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다같이 시내에 나갔고,
날이 좀 쌀쌀해져서 아버님 잠바하나랑 신발을 샀습니다.
한사코 괜찮다고 하시던 아버님께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
자꾸 그러시면 제가 아버님 눈치 보여서 힘들어요.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아버님께서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받으시더라구요.
그리고 집의 아버님 심심하실까봐 케이블 티비도 신청했습니다.
아버님께서 스포츠를 좋아하시는데 야구 방송이랑 낚시 방송 보시면서
너무 즐거워 보이시더라고요.
조용히 다가가서 아버님 어깨를 만져드리는데 보기보다 정말 왜소 하시더라고요.
제가 꽉 잡아도 부서질 것만 같은 그런 아버님의 어깨,
지금까지 고생만 하시고 자식들 뒷바라지하시느라 평생 헌신하시면서
살아오셨던 아버님의 그런 발자취들이 느껴지면서 저는 또 마음이 아파왔네요.
남편한테 말했어요. 저 평생 아버님 정말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모신다고요.
비록 지금은 아버님이 불편해하시지만
언젠가는 친딸처럼 생각하시면서 대해주실때까지 정말 잘 할 거라고요.
그리고 아버님께도 말했어요, 아버님! 앞으로는 제 눈치 안 보셔도 돼요.
제가 그렇게 나쁜 며느리 아니잖아요.
아버님의 힘드신 희생이 없으셨다면 지금의 남편도 없잖아요.
그랬다면 지금의 저와, 뱃속에 사랑스러운 손자도 없을 거예요.
아버님 싫어하지 않고 정말 사랑해요.
아버님 그러니 항상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돼요.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렇게 일 안 하셔도 돼요. 허리띠 졸라 매고 알뜰하게 살게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상입니다
어때요. 마음이 찡하나요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구요. 구독도 꼭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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