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색골이 과부와 혼담이 오가자 그를 고자라고 하여 결국~~
오늘은, 옛날 부인을 잃고 혼자지내던 한 남자가,
어느 과부와 혼담이 오가다가 발각된 비밀이라는 이야기 한편 들려드리겠습니다.
밀양의 선비촌, 양진사는 천석꾼 부자에 학식도 높아 그의 사랑방엔
언제나 오가는 선비들로 넘쳐나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허우대는 삐쩍 말랐으나 이목구비가 반듯한 백면서생이 들어왔습니다.
양진사와 의례적인 통성명을 하고 사랑방 구석에 자리를 잡았죠

선비들이 술 한잔씩 마시고 저마다 글 자랑을 했습니다.
“약무한사괘심두(若無閑事掛心頭·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러히게 한 선비가 운을 뗐는데 대구(對句)를 이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모두가 한숨만 쉬고 있는 이때 양 진사가 말했는데요.
“백 처사께서 한 구절 이어주시지요.”
빈 잔에 술을 따르며 그를 바라보자 모기 소리만 하게 읊었습니다.
“변시인간호시절(便是人間好時節·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시절)인 줄 압니다.”
이 구절은 선시의 한 대목이죠. 모두가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자
부끄러운 듯 돌아앉아 술잔을 비웠습니다.
사십 줄에 막 접어든 백 처사는 막히는 게 없었습니다.
특히 주역(周易)을 논할 때면 다른 선비들은 모두 벙어리가 될 정도였으니깐요.

희대의 색골이 과부와 혼담이 오가자 그를 고자라고 하여 결국~~
해가 기울어 사랑방을 가득 채웠던 문객들이 일어설 때
양 진사는 백 처사의 두루마기를 잡았습니다.
양진사가 백 처사를 유심히 보니 북풍한설 몰아치는 동짓달인데 홑두루마기에,
동정은 목에 때가 새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저녁 겸상을 물린 뒤, 둘이서 또 술잔을 기울이며
양진사가 조심스럽게 백 처사의 신상을 물어봤습니다.
“백년해로하자던 집사람이 시름시름 앓더니,
작년 봄에 속절없이 혼자서 이승을 하직하지 뭡니까.” 백 처사의 눈에 이슬이 맺혔습니다.
“마음 둘데가 없어 정처 없이 이렇게 떠돌아다닙니다.”

백 처사는 연거푸 술잔을 비웠습니다.
“뚜렷이 갈 곳이 없으시면 소인의 우거에 유하시면 어떨는지요.”
양진사는 우물 옆 별당에 거처를 마련하고 백 처사를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그렇게 두해가 지난때였죠. 양진사는 가끔씩 백 처사를 데리고 산마루 묵집에 갔습니다.
묵도 팔고 동동주도 파는 이 집 주모는
요즘 선비촌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딱한 처지였습니다.
술 팔고 묵 파는 건 뒷전이고 알돈을 챙기는 건 바로 해웃값이라고 합니다.
선비촌 남정네치고 묵집 주모 치마 한번 벗기지 않은 선비가 없어
마을 부인들이 몰려와 행패를 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였으니깐요.

희대의 색골이 과부와 혼담이 오가자 그를 고자라고 하여 결국~~
그러던 어느 날 선비촌 오 과부가 묵집에 찾아왔죠.
오 과부는 신랑이 없어 묵집 주모와 척질 일이 없었습니다.
“미친년들이 제 신랑 단속을 어떻게 했길래 남자를 겉돌게 만들어놓고,
애꿎은 동생한테 와서 행패야!” 동네 모든 여자들이 돌을 던지는데도
오 과부는 주모를 편들고 나섰으니 형님 동생 하며 술잔을 부딪혔습니다.
오 과부가 술 한잔을 마시더니 얼굴이 붉어져서 말했는데요.
“내가 동생한테 부탁이 하나 있네.” “말씀하세요 형님.” 주모가 바짝 다가앉았습니다.
오 과부가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말했습니다.
“양진사가 내게 중매를 섰지 뭔가.” 주모가 놀라서 물었는데요.
“신랑은요?” 그러자 긴 침묵 끝에 오 과부가 말했습니다.
“양 진사가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백 처사야.”
“아, 그 백 처사. 사람이 점잖던데요.”
“내가 남은 인생, 이렇게 초라한 과부로 늙어 죽을 수는 없는 일이고,
양진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해,
내 맘도 기우는데 걱정이 하나 있지 뭔가.” “형님! 무슨 걱정이요?”

“두어달 전에 친정에 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글쎄~ 과부 친구 하나가 점잖은 훈장님과 재혼을 했는데
손마디가 길쭉한 백면서생이 밤이 되어도 내 친구 과부를 돌같이 본다네.
하기야 그게 뭐 그리 중한가마는,
그래도 살아가다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면 어떻게 화해를 하겠는가?!”
한참 뜸을 들이던 오 과부가 주모에게 부탁을 했죠.
“자네가 하룻밤 백 처사를 시험해볼 수 없겠는가?”
그러자 주모가 입가에 미소를 흘렸습니다. “형님 걱정하지 마시오.”
사실 주모도 요즘 해웃값 장사를 자제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던 참이었고,
마누라 없는 백 처사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던 밤, 양진사와 백 처사가 묵집에 왔을 때
주모가 양진사에게 귀띔을 했습니다.
둘 다 술이 잔뜩 취하자, 양진사가 통시에 가는 척하며 혼자서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한숨 푹 잔 백 처사가 사경이 되었을 때 일어나 주모가 들고 온
찬 꿀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날 밤 오래 굶었던 주모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신기의 방중술에 세번을 기절하고
동창이 밝을 때 또 한번 기절을 했습니다.
오 과부가 아침 수저를 놓자마자 득달같이 묵집으로 올라왔습니다.
“형님, 제가 먼저 시험하기를 잘했지요. 형님 신세 망칠 뻔했어요!
손가락만 기다란 게 고자예요, 고자!” 오 과부의 혼담은 이렇게 박살이 났습니다.

희대의 색골이 과부와 혼담이 오가자 그를 고자라고 하여 결국~~
며칠 후 백 처사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나서
제천 왈패들이 마을에 들이닥쳤습니다.
왈패 왕초의 첩을 건드린 천하의 오입쟁이 파락호 백 처사는
삼년째 도망 다니는 신세였습니다
덕망과 품위를 앞세우던 백 처사,
실은 전국을 떠도는 희대의 색골이었으니 이런 반전이 또 있을까요?
한 사람의 외양과 학식만으로 그 속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웃음 뒤에 ‘사람 보는 눈’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희대의 색골이 과부와 혼담이 오가자 그를 고자라고 하여 결국~~
여러분은 이 혼담의 결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하구요.
다음에 또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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