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와 소금장수(1편), 비가많이 와서 1박 하는데 마님보다 여자하인이 먼저 와서...
지금부터 사연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조선후기에는 유교 문화에 의해
여인들에게 강요된 정절 때문에 과부들은 힘겹게 살아야 했지만,
과부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준 소금 장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여러분! 조선 성종대에 이르러, 경국대전의 법전으로
과부의 재혼을 금지하는 조항이 편찬되면서,
과부의 정절을 더욱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마을마다 혼자 사는 여인들이 점차 늘어났고,
가혹한 법제도 탓에 그들의 한이 날로 쌓여가던 시절이었지요.
소금장수 영탁이는 그날도 수레에 소금을 가득 싣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며 소금을 팔고 있었습니다.
소금 사세요. 소금 사세요. 단단하고 맛 좋은 소금이 왔습니다.
짭조름한 맛이 혀끝을 간질이고,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지요.
그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높여 가며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부와 소금장수, 비가많이 와서 1박 하는데 마님보다 여자하인이 먼저 와서...
마침 큰 대문이 열리더니, 은경이 나오며 말했습니다.
우리 마님께서 소금 좀 보자 하시니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영탁이 수레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곱게 차려 입은 중년 부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금장수 들어왔습니다. 마님! 한 번 녹여 보시면
부드럽게 스며들고 입안 가득 깊은맛이 퍼집니다. 한 번 맛을 보시지요.
넉살스럽게 권하는 영탁의 말에 마님은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소금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한 것이 있겠는가?
정말 그리 특별한 맛인지 한번 맛을 보게나?
예 마님, 저희 소금을 맛보시면 오래도록 그 맛을 잊지 못하실 겁니다.
그래 어디 한번 줘 보시게

영탁이 소금을 한 움큼 손바닥 위에 내밀자 마님은 다소곳이 소금을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사실 소금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였지만, 호들갑 떠는 영탁의 넉살에 살짝 웃음이 났지요
짭조롬한 것이 감칠맛도 나는 것 같으니 한 말만 주게나. 간수는 잘 뺐겠지.
그럼요 마님. 이 소금이야말로 전남 무안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옵니다.
넉넉하게 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해서 영탁은 소금 가마니에서 한 말을 팔았습니다.
가마니를 다시 묶고 있는데, 웬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랍니까?
맑았던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내 속은 다 녹아 버리겠구먼. 영탁은 다급히 수레를 처마 밑으로 끌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마님 죄송합니다만 비가 그칠 때까지 잠시 머물러도 되겠습니까요?
그러자 마님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덤덤히 대답했습니다.
그러시게. 저기 헛간에 수레를 끌어놓게나. 빗물이 들지 않을 테니 안전할 걸세.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요.
점심때가 되었지만 영탁은 주막에 갈 수도 없어 그저 우물가에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허기를 달래야 했습니다.
그때 마당에서 은경이 나와 그를 불렀습니다. 마님께서 점심을 먹고 가시라 하십니다요.
이렇게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주막으로 갈 수도 없을 테니
여기서 점심을 드시지요라며 잘 차려진 밥상을 들고 나왔지요
뜻밖의 호의에, 영탁은 감사히 식사를 마쳤고, 밥값이라도 대신하겠다는 마음으로,
헛간 뒤편에 쌓여있는 장작 더미를 보고 말하였습니다.

마님! 신세만 질 순 없으니 저기 쌓여있는 장작이라도 패서 신세를 갚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영탁은 도끼를 손에 쥐고 장작더미 앞에 섰습니다.
습기를 머금은 더운 공기 속에서 금새 땀이 솟아나자 그는 상의를 훌쩍 벗어 젖혔지요
튼튼한 어깨와 팔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적적 패지는 장작 소리가 마당 가득 울려 퍼졌습니다.
그 모습을 방문 틈 사이로 우연히 보게 된 마님은 사내 근육질의 몸을 보게 되자
그만 두근거림에 가슴이 살짝 떨렸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에, 기묘한 설렘이 밀려온 것이지요.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마님은 자신도 낯선 감정에 당황하며
볼이 붉어지는 것을 애써 감추려 고개를 돌렸습니다.

서방님이 돌아가신 지도 벌써 5년이 지났으니,
내가 과부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구나라는 생각에,
마님은 외로움이 밀려들며 왠지 모를 떨림으로 가슴이 설랬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비는 종일토록 그칠 기미가 없었지요.
하늘은 어둑어둑해지고,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었답니다.
여보시오. 소금장수 양반! 저녁도 드셔야겠네요.
은경이 부엌에서 밥상을 차려 나르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아이고 이거 또 신세를 지게 되었군요. 영탁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어요.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셔요. 아까 패준 장작만 해도 내일까지 밥을 먹어도 되겠구먼요.
어차피 식구도 단출해서 밥도 늘 남아요.
그런데 은경은 밥상을 내려놓다가 코를 쿵쿵거리며 문득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어요.
에이고~ 오랜만에 남정네가 있으니 땀 냄새가 촉촉하게 퍼지는 것이
빈집의 불 지핀 것 같기도 하고.... 그 말에 영탁은 수저를 들다가 멈칫했답니다.

과부 집이었구먼. 그제야 영탁은 낮부터 집 안을 살펴보면서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았어요.
기와집이 번듯한데도 남정네 그림자는 없고 집 안 곳곳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지요
가끔 마님이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이더니,
이제야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영탁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그런데 마님은 언제부터 혼자 사셨소?
은경은 그 말에 손을 휘휘 내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였어요.
어유~ 그런 걸 뭐하러 물으셔요? 그런 거 말했다가는 마님께 야단맞아요
마님 성격이 대나무처럼 곧고 단단하셔서..
그러면서 슬쩍 영탁을 힐끗 바라보더니, 장난스럽게 웃으며 덧붙였어요.

근데 소금장수 양반! 오늘은 비도 이렇게 내리는데 어디 가서 주무실 거예요.
영탁은 그 말을 듣고 선뜻 대답하지 못했지요. 주막에 가려면 비를 쫄딱 맞아야 하고,
또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신세를 졌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요
그러자 은경은 싱긋 웃으며 한마디 던졌습니다.
마님께 말씀드리면, 방하나 내어 주실지도 몰라요.
결국 영탁은 마님께 예의를 갖추어, 하룻밤 묵어 가도 되겠냐고 조심스레 청했지요.
그러자 마님은 빗소리를 한참 듣고 나서야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비도 이렇게 오는데, 소금 수레를 끌고 움직이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될 터이니,
하룻밤 묵어 가시게나. 마당 한쪽에 빈 방이 있으니 그곳에서 편히 주무시게.
그리하여 영탁은 마님 댁에서 밤을 맞았죠

과부와 소금장수, 비가많이 와서 1박 하는데 마님보다 여자하인이 먼저 와서...
따뜻한 이부자리에 몸을 뉘니 피곤이 밀려와, 금방이라도 잠들 듯했으나
왠지 모르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지요.
밖에서는 여전히 빗소리가 촉촉하게 들려왔고 어디선가 풀벌레 소리도 섞여
귀를 간지렸고, 간간이 바람이 지붕을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그때였지요. 삐이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영탁은 순간적으로 숨을 죽였죠.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졌고, 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발소리였답니다.
그가 놀라 몸을 조금 일으키려는 순간, 가만 계셔요.
나직한 속삭임과 함께, 은경이 살금살금 다가와 영탁의 옆에 살포시 눕는 것이 아니겠어요.
영탁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니 이보시오. 뭐하는 것이오. 영탁이 당황해 속삭이듯 말하자
은경은 가늘게 웃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아이고 어르신! 그렇게 놀라긴 이르답니다.
오랜만에 남정네 기운이 느껴지니 갑자기 땀 냄새가 더 맡고 싶어 이리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홀린듯이 이끌려 이리 들어왔습니다. 소인을 내치지 말아 주세요.
그리하여 은경은 영탁의 가슴팍을 파고들며 파르르 떨었답니다.
과부집이라 그런지 밤이 너무 길어요.
영탁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지요. 이러다 마님께 들키기라도 하면 어찌하려고 이러시오.
그러자 은경은 더욱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어요. 아이 참 그런 걱정은 마세요.
마님은 깊이 잠드시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르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곤 기다렸다는 듯이 은경은 먹잇감을 잡은 맹수처럼 영탁한데 덤벼들었습니다.
영탁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죠.

방 안에는 은은한 습기와 빗소리가 가득했고 어느새 은경의 체온이 이부자리를 타고 스며들며
장작 펠 때보다 더 뜨거운 가슴으로 은경이를 맞이하였답니다.
그렇게 밤을 보낸 은경은 새벽이 되어서야 눈을 떴어요.
비는 이미 그친 듯했으나, 밤새 내린 빗물의 흔적이 마당 곳곳에 남아 있었답니다.
새벽 안개가 살짝 내려앉은 뜰에는 적막함만이 감돌았고,
집 안의 모든 것은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듯하였지요
그러나 조용한 마당을 가로지르는 작은 인기척 하나 끼익들렸는데요.
마님이 뒷갓 문을 열고 나오려다 문득 걸음을 멈추었답니다.
손님이 묵는 뒷방에서 누군가 나오고 있었으니까요?
마님은 반사적으로 몸을 굳혀 숨죽인 채 영탁의 방에서 나오는 은경을 보게 되었답니다.
은경은 조심스럽게 문을 닫더니, 혹시라도 인기척이 들릴까 발소리를 죽인 채
안채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옷매무새는 살짝 흐트러져 있었고, 머리카락도 평소보다 조금 헝클어진 채,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녀의 입가에 희미하게 번진 미소였습니다.
그 미소는 숨길 수 없는 것이었어요.
마님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왠지 떨리는 가슴을 숨기려 황급히 뒷간 안으로 다시 들어갔어요.
그리고 문을 조용히 닫은 뒤 그대로 벽에 기대어 섰답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어요. 심장이 왜 이리 뛰는 것이더냐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마님은 혼란스러웠습니다.
은경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요.

과부와 소금장수, 비가많이 와서 1박 하는데 마님보다 여자하인이 먼저 와서...
그녀가 어떤 밤을 보냈을지 상상하니,
마님은 애써 고개를 저었으나 그 상상은 멈추지 않았다지요.
간밤에 은경이와 소금장수가 하였을 뭔가를 상상하니
마님의 얼굴은 붉어졌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죠.
은경이 소금 장수의 넓은 가슴에 안겨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는 그만하자...
마님은 두 눈을 꼭 감고 머리를 흔들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자꾸만 뛰었죠. 질투였습니다.
그 감정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으나, 부정할 수 없었지요.
어째서인지 억울하였어요. 그 순간 문득 마님은 깨달았어요.
그녀도 잊고 살았던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길고 긴 밤 누군가와 따뜻함을 나누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
그녀도 그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 거죠. 그러나 이미 너무 오래전 이었답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세상의 시선이 그녀를 과부라 부르며 정절을 강요하였으니까요?
그 후로는 마음을 닫고 살았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다시 살아났던 것이었습니다.
마님은, 나도 은경이처럼 두 볼이 붉어지는 것을 느껴보자고 스스로를 자책도 하였답니다.
그러나 그녀의 입가에도 알 수 없는 작은 미소 하나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 아침상에 앉아 따끈한 밥을 먹고 있던 영탁은 느긋하게 국을 한 술 뜨려던 참이었어요.
그때 마님이 조용히 다가와 나지막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이보시게, 어제 장작을 패 준 것도 그렇고, 어차피 이 소금을 다 팔려면 시간이 걸릴 터이니,
그렇게 무거운 수레를 끌고 다니며 팔지 말고, 우리 집에 있는 지게를 쓰는게 어떻겠는가?
영탁은 숟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었습니다. 마님은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며칠 우리 집에 묵으면서, 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금을 팔면 좀 더 수월하지 않겠나?
그리고 시간이 될 때는 우리 집 허드렛일도 좀 도와주시게.
그럼 밥값도 하는 셈이니 말일세

마님의 뜻밖의 제안에 영탁은 반사적으로 마님을 바라보았는데요.
숟가락을 입에 문 채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마님을 쳐다보았습니다.
한참을 본후 헛기침하던 영탁은 겨우 진정하고 나서야 허겁지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러고는 마님 앞에 다가가 깊이 머리를 조아리며 예를 올렸지요.
마님!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소인은 마님께서 시키시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해 놓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감격이 베어 있었습니다.
장돌뱅이 일이 쉬운 것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편히 머물며
장사를 하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합니다요
마님은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광경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은경은 입을 꼭 다물고 있더니,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싱긋싱긋 웃었습니다.

과부와 소금장수, 비가많이 와서 1박 하는데 마님보다 여자하인이 먼저 와서...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드리고요. 다음시간에는 이어서 제2탄 한번 올려보겠습니다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野談(야담), 성(性)'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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