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초상! 아들없는 천석꾼이 들인 양자가 아비도 죽게하고 자기도 몽둥이에 맞아 죽은 ~
안녕하세요. 예로부터 전해오는 사랑방야담을 알아보는 물따라 바람따라입니다.
여러분! 어느 한집안에서 여러사람이 연달아 변을 당할 때 줄초상이 난다는 말을 쓰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줄초상이란 말의 의미와, 어디서 생겨났는지
그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선 줄초상의 사전적 의미를 알아볼까요?
줄초상이란 가족 혹은 친척 사이나 지인 사이에서, 연달아 초상이 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줄줄이 초상 치른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은 1년 안에 2명 이상 상을 치르는 경우를 연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간격이 1년 이상 벌어지면 연상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고 있답니다
줄초상! 아들없는 천석꾼이 들인 양자가 아비도 죽게하고 자기도 몽둥이에 맞아 죽은 ~
그럼 이말이 어디서 생겨났을까 한번 알아볼까요
옛날에 천석꾼 오 생원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데, 걱정거리가 딱 하나 있었습니다.
슬하에 딸만 다섯이고 아들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딸이 좋다고도 하지만 예전에는 집안에 아들이 없으면 절대 안되죠
그래서 결국 재종인 육촌형의 셋째 아들을 양자로 들이기로 한 오 생원은
평소에 친분이 두터운 이공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산속 외딴 암자에 혼자서 벽면 수행을 하는
이공스님은 오 생원과 절친한 사이랍니다.
이공스님이 탁발하러 나오면 언제나 오 생원집 사랑방에 들러 시를 짓고,
오 생원도 때때로 암자에 올라 이공스님과 고담준론을 나누는 사이였습니다.
오 생원이 양자를 들이기로 했다는 얘기를 하자, 육갑을 짚어본 이공스님이,
방구들이 꺼져라고 한숨을 토했다는데 왜 그랬을까요? 끝까지 들어보시면 그 해답이 있습니다
오 생원은 이공스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결국 양자를 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양자로 들어온 영탁이란 녀석은 어릴 때부터 말썽꾸러기였답니다.
청개구리 귀신이 들었는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하지 말라는 도둑질은 밥 먹듯이 한다는 겁니다.
줄초상! 아들없는 천석꾼이 들인 양자가 아비도 죽게하고 자기도 몽둥이에 맞아 죽은 ~
오 생원이 출타만 하면 사랑방에 들어가 다락을 열어, 돈을 훔쳤는데요.
그 돈으로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며 저잣거리를 휩쓸고,
심지어는 서당에서 졸고 있는 훈장님의 주머니까지도 손을 댔다고 합니다.
어디 그뿐이겠나요. 이마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색줏집을 드나들고,
한밤중에 찬모방에도 몰래 들어가더니,
급기야 행랑아범이 오생원 심부름으로 한양에 간 사이,
행랑아범의 마누라를 덮쳤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이 마누라가 디딜방앗간에서 목을 매려고 하는 것을
다른 하인들이 발견해 가까스로 목숨은 막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열다섯살 영탁은 할수없이
사랑방 다락에서 금붙이를 훔쳐 도망을 쳤습니다.
행랑아범이 시퍼런 낫을 들고 영탁을 찾아나서자,
결국 오 생원은 문전옥답 다섯 마지기를 떼 주고, 없던 일로 마무리 지었는데요.
딸 다섯 시집보낼 때는 남들 하는 것처럼 조촐한 혼수를 장만해 주고,
출가외인이라고 논 한 마지기 떼 준 적 없는 오 생원이 양자 영탁에겐 아낌없이 퍼 준 셈이죠.
어디 그뿐일까요? 영탁은 평양으로 가서, 월매라는 기생에게 빠져,
있는 돈을 다 쓰고, 빚을 지고 잡혀 있게 됐다네요.
줄초상! 아들없는 천석꾼이 들인 양자가 아비도 죽게하고 자기도 몽둥이에 맞아 죽은 ~
예부터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더니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그러자 결국 연락을 받은 오 생원이, 집사를 보내 데려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어릴 때부터 이날 이때껏까지, 집 나간 영탁때문에,
사람 풀고 돈 풀어 데려온 것은, 손가락으로 헤아리기도 힘들정도였습니다.
오생원이 양자로 들여놓은 개망나니에게 하도 시달려서인지 결국 노망이 들고 말았습니다.
노망이란 늙어서 망령이 드는 현상으로, 치매보다는 좀 들하지만 골치아픈 병이죠
그러나 영탁의 눈은 오히려 더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락 속 궤짝 깊숙이 들어 있는 그 많은 땅문서가
제 손아귀에 들어올 날이 머지않았기 때문이었겠죠.
영탁은 지금까지의 고마움도 모르고 양아버지를 학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오생원이 사랑방에서 똥을 싸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얼음 같은 찬물을 퍼붓고, 밥도 제대로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노망이 든 오생원이 가출을 했습니다.
입춘이 지났다지만, 밤이면 여전히 얼음이 깡깡 어는 날씨였어요.
그러나 영탁은 제 아비를 찾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오 생원이 이공스님의 암자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도 못 들은 척 했습니다.
청명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 생원은 안타깝게도 암자에서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그제서야 영탁이 제 잘못을 깨우쳤음일까. 9일장으로 장례를 거창하게 치르며,
이름난 지관을 불러 묏자리를 잡아 봉분을 높이 올렸습니다.
또한 석물을 바리바리 올리더니 묘지 옆에 초막을 짓고
조상식과 석상식은 물론 점심까지 챙겼다고 합니다.
그러자 천하에 효자가 났다고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그곳에까지가서 찬모와 못된짓을 하고 있었는데요.
천하에 효자로 소문난 영탁의 행태를 이공스님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죠
영탁이 효자로 마을에 소문난 즈음에, 동네 주막에 이공스님이 들어와 곡차를 마셨습니다.
한호리병 두호리병 세호리병….
줄초상! 아들없는 천석꾼이 들인 양자가 아비도 죽게하고 자기도 몽둥이에 맞아 죽은 ~
평소 곡차를 좋아하지 않던 스님이 왜 이렇게 마셨을까요?
그 정답은 지금부터입니다
곡차를 다 마신 이공스님이 주막 아궁이로 가서, 쑥 뭉치에 불씨를 옮겼습니다.
그러고는 오 생원의 묘지로 가서 효자의 초막에 불을 붙였습니다.
석상식을 들고 온 찬모를 눕혀 놓고 헉헉거리다 뛰어나오는 영탁의 뒤통수를 향해
이공스님의 박달나무 지팡이가 날아갔습니다.
결국 영탁은 이공스님의 지팡이에 맞아 숨져 삼일장이 치러졌고,
스님은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일화인데요
이처럼 아버지와 양자아들이 곧이어 죽게되자 이걸 줄초상이라고 했답니다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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