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죽고난 후 세겹 쇠상자에 들어있던 물건은?

아버지가 죽고난 후 세겹 쇠상자에 들어있던 물건은?

안녕하세요! 전해오는 재미난 이야기 사랑방 이야기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에 얽힌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옛날, 어스름이 내려앉은 산골짝,

다 쓰러져 가는 외딴 초가삼간에 추적추적 봄비가 내립니다.

그 초가집은 삼년째 이엉을 못 갈아 덮어

검게 썩은 지붕에서 빗물이 새 안방은 물바다가 되었죠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어 빠진 짠지 하나에 나물죽을 먹던 변 노인이

절름거리는 다리로 뒤꼍에 가더니 깨어진 옹기를 들고 와 새는 빗물을 받았는데요

변 노인은 하염없이 낙수를 보다가

제 신세가 서러워 어깨를 들썩이며 서럽게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훌쩍, 훌쩍.

 

아버지가 죽고난 후 세겹 쇠상자에 들어있던 물건은?

딸 하나 아들 넷, 다섯 남매를 낳고 부인이 이승을 하직하자

변 서방은 핏덩어리 막내아들을 안고 심 봉사처럼

이집저집 젖동냥을 다니며 온 정성을 다해 자식들을 키웠습니다.

매파가 들락날락했지만 자식들이 계모에게

구박을 받을세라 새장가도 가지 않았습니다.

 

막내가 젖을 뗐을 때 변 서방은 자식도 없이

홀몸이 된 누님을 집에 데려다 놓고 자신은 보부상이 되었습니다.

바리바리 등짐을 지고 산 넘고 물 건너 천리 길도 마다 않고

걷고 또 걸어 멀쩡한 짚신이 하루를 못 견뎠죠.

다른 보부상들이 주막에서 술판 노름판을 벌여도

변 서방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아이들 생각만 하다가 잠이 들곤 했답니다.

 

서너달 만에 집에 올 때면 모은 돈을 몽땅 누님에게 맡기며

아이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라 신신당부했습니다.

오남매는 부잣집 아이 못지않게 좋은 옷 입고 서당에도 다녔죠.

 

어미 정 모르고 자란 아이들이라 일찍 시집장가를 보냈는데요.

몇뙈기 논밭 모두 팔아 살림 차려 주고 빚을 얻어 혼수를 장만했죠.

 

혼인 시키느라 진 빚은 보부상 발품을 팔아 갚아 나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니 허리는 굽었고

관절은 마디마디 시큰거려 더 이상 보부상을 못하고

초가삼간 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함께 살던 누님마져도 이승을 하직하자

변 서방은 청승맞은 늙은 외톨이가 되었겠죠.

변 서방은 손수 나물죽을 끓이고 빨래하고

외롭게 혼자 사는 것은 이골이 났지만

그의 가슴속을 꽉 채운 슬픔을 이기기는 힘들었습니다.

 

자식들은 자신을 모시지 않고 찾아오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변 서방은 젊어서부터 입이 무거웠는데 세월이 갈수록 더더욱 입을 닫아버렸죠.

 

어느 날, 아랫동네 대장간에서 이상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했데요.

커다란 쇠상자 속에 작은 쇠 상자,

그 속에 더 작은 쇠상자를 넣고 상자마다 튼튼한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서 수군거리는데 대장간 주인도

주문한 사람이 변 서방이라는 것밖에는 용도를 몰랐답니다.

장정 넷이 목도를 해서 쇠상자를 변 서방 초가삼간 안방으로 옮겨 놓자

변 서방은 이불을 덮었어요. 그러자 하나둘 자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요

 

비단 마고자를 지어 오는 며느리, 쇠고기 산적을 해 오는 며느리,

보약을 지어 오는 아들 녀석….

삼십리 밖 딸년도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떡 한고리에 꿀단지를 들고 왔습니다.

 

자식들이 서로 제 집으로 모시겠다고 해

변 서방 사지가 찢어질 판이 되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게 오년을 호강하다가 마침내 변 서방은 죽었습니다.

삼우제도 지내기 전에 자식들은 온 집 안을 뒤져

다락 구석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 쇠상자를 열고 열고 또 열었습니다.

맨 마지막 상자를 열자

자식들이 어릴 때 차던 기저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죽고난 후 세겹 쇠상자에 들어있던 물건은?

여러분! 자식들은 이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줄 알았을까요

아마도 그동안 보부상을 해서 번돈으로 금덩어리나 현금이

가득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했겠죠

 

여러분! 행복은 멀리있는게 아니랍니다

때론 그럴듯한 행동도 필요한 경우가 있답니다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